20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인간 심리를 날카롭고도 절제된 문장으로 그려낸 이야기꾼,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머싯 몸이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라 보긴 어렵지만, 세계 문학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가 쓴 소설과 희곡, 에세이는 100년 가까이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통찰과 간결한 문체로 인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굴레>나 <달과 6펜스> 같은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읽히는 명작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전합니다.
그렇다면 왜 서머싯 몸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읽히는 작가일까요?
그가 특별한 철학자도 아니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글을 쓰는 전위적인 작가도 아닌데 말이죠.
서머싯 몸의 힘은 그의 작품이 지닌 서사의 힘,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에 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얼마나 일관성 없는 존재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작품 속에서 매우 현실적이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묘사했습니다.
서머싯 몸은 인간을 낭만적으로 그리기보다는,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가 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는 모순된 존재임을 글로써 드러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특정 시대나 문화를 초월해, 모든 인간에게 깊은 공감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머싯 몸의 삶 역시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내며 다문화적 감성을 쌓았고, 본래는 의사로서 인생을 시작했지만 곧 문학으로 전향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유럽을 비롯해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그 경험은 그의 소설 속 배경과 인물의 성격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몸은 단지 책상에 앉아 상상만으로 글을 쓴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세계를 토대로 글을 썼고, 그것이 그의 문장에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머싯 몸은 문학과 인생,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진정한 작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머싯 몸의 삶과 문학적 여정을 시작으로, 그의 대표작에 담긴 의미,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까지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서머싯 몸의 생애와 문학적 성장 배경
서머싯 몸, 본명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은 1874년 1월 25일, 영국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의 임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출생부터가 말해주듯, 그는 철저히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습니다.
일반적인 영국인들과는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여러 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언어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8살 무렵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마저도 병으로 잃으면서 고아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충격적인 유년기의 상실은 훗날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외’와 ‘고독’이라는 정서로 이어지게 됩니다.
부모를 잃은 몸은 영국으로 돌아와 삼촌의 집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의 삼촌은 당시 영국 성공회의 한 교구 목사였는데, 신앙과 규율 중심의 엄격한 분위기에서 외로움과 억눌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는 기숙학교에 다니며 ‘정상적’인 영국 소년으로 성장하길 기대받았지만,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점점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그가 동성애적 성향을 자각하게 되면서 더욱더 자신을 숨겨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찌감치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내면의 갈등은 나중에 그의 문학에서 ‘이중적 삶’이나 ‘내면의 균열’을 테마로 자주 사용되게 됩니다.
서머싯 몸은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학 교육을 받았으며, 6년 동안 병원에서 인턴 및 수련의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병원 근무 기간 동안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 죽음, 갈등, 애정 등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에게 인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와 관찰력을 길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리얼리티를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훗날 의사의 길을 완전히 접고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이 시기의 경험은 평생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1907년, 그는 희곡 '레이디 프레드릭(Lady Frederick)'을 통해 극작가로서 첫 성공을 거두며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15년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실상 그의 자전적 소설로, 어린 시절의 상실감, 내면의 고뇌, 그리고 인간 존재의 덧없음 등을 진솔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간의 굴레'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지닌 근원적인 결핍과 욕망, 그리고 사회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깊은 탐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서머싯 몸은 단지 영국 내에서만 활동한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인간 군상을 관찰하고, 이를 소재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특히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제국주의의 영향이 남아 있던 식민지 지역을 자주 방문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은 그의 문학을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비와 다른 단편들'에서는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억압된 욕망과 인종적 갈등, 외국인 공동체의 위선 등을 날카롭게 묘사함으로써, 단편문학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 세계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심리의 미묘한 흔들림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몸은 세계대전과 냉전기를 모두 겪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점점 더 인간 내면의 깊이 있는 탐색에 집중하는 성숙한 문체로 변화해 갔습니다.
그의 글은 철학적 담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인간의 도덕성과 자유의지, 사랑과 배신, 성공과 실패,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늘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서사를 구성했습니다.
이처럼 시머싯 몸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절제된 문체 속에 인간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연민을 동시에 담아내는 작가였습니다.
그는 1965년,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의 남프랑스 해안 마을 니스 근처의 빌라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글을 쓰며 살았던 그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삶 자체가 소설처럼 굴곡 많고, 고독하고, 진중했기에 그가 쓴 글 역시 단순한 허구가 아닌, 삶의 진실을 담은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서머싯 몸의 생애를 돌아보면, 그는 고통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상실과 외로움, 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혼란, 세계를 떠도는 유랑자 같은 삶 등은 단지 개인적인 경험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으로 확장되어 그의 작품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분석가처럼 인간 심리를 해부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복잡한 인간을 온전히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관찰자이자 공감자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시머싯 몸의 삶과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그의 문학이 깊이와 설득력을 지니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 대표작 '인간의 굴레'와 '달과 6펜스'의 의미
서머싯 몸을 단 한 작품으로 기억한다면 대부분은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가장 널리 읽히고 회자되는 작품은 바로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일 것입니다.
이 두 작품은 서머싯 몸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두 작품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과 주제의 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하나는 자전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과 욕망에 대한 비유적인 탐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모두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성과 복잡함을 조명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인간의 굴레'는 서머싯 몸의 자전적인 경험이 녹아든 장편소설로, 주인공 필립 캐리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삶의 본질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쳐나가는 작품입니다.
필립은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안고 태어난 인물로, 부모를 어린 나이에 잃고 외삼촌의 집에서 자라게 됩니다.
이 설정은 실제 서머싯 몸의 삶과 거의 유사한 구도를 보입니다.
필립은 사회와의 부조화, 자신에 대한 혐오, 삶의 무의미함과 같은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합니다.
그는 종교, 예술, 사랑, 직업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굴레'는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인간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복잡한 여정을 그린 철학적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굴레’라는 개념입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굴레는 인간이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운명이나 조건, 즉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한계와 사회적 제약을 상징합니다.
필립은 자신이 가진 육체적 장애, 가난, 감정의 결핍, 실패한 사랑 등 여러 굴레에 얽매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굴레는 외부 환경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자리한 갈등과 욕망, 불안, 자기혐오와 같은 심리적 요소에서도 비롯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결국 필립은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그 굴레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서머싯 몸이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입니다.
인간은 완벽해질 수 없으며, 완전한 해방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필립의 여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달과 6펜스'는 훨씬 더 극단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욕망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폴 고갱을 모티프로 하여,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인생을 따라가는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중년의 런던 증권중개인으로, 안정된 가정과 직업을 모두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 화가로서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는 가족이나 명예, 돈과 같은 세속적 가치를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집니다.
스트릭랜드는 결코 친절하거나 이해받을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이기적이고 무심하며,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진실하고 순수합니다.
그는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에 따라 그림을 그리고, 그 예술은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고통,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힘 있는 작업으로 남게 됩니다.
'달과 6펜스'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바도 흥미롭습니다.
달은 이상, 즉 예술적 순수성과 열망을, 6펜스는 현실, 즉 물질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 같은 세속적 가치를 상징합니다.
스트릭랜드는 현실의 6펜스를 내던지고 달을 좇은 인물입니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쉽게 답하지 않는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예술의 순수성을 찬미하는 동시에, 그 예술이 때로는 얼마나 잔인하고 반사회적일 수 있는지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이상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이고 열정적인 욕망의 형태가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파괴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서머싯 몸은 '인간의 굴레'와 '달과 6펜스'를 통해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상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방황 끝에 현실을 수용하는 인물이자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주인공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잣대를 거부하고 끝내 자신의 열망만을 좇다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인물입니다.
이 두 인물은 어쩌면 각각 우리 모두가 내면에 품고 있는 상반된 욕망을 상징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필립처럼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몸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냉철하게, 그러나 동시에 깊은 공감으로 바라보며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굴레'와 '달과 6펜스'는 각각의 방식으로 인간 존재의 조건과 한계,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서머싯 몸은 작품을 통해 삶의 정답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독자 스스로가 삶의 복잡함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찾아가길 바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읽는 이의 삶과 내면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서머싯 몸의 문학은 이처럼 단순히 설명하거나 결론짓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들며, 그 여운 속에서 독자가 자기 자신을 마주보게 만듭니다.
3. 서머싯 몸의 문학적 영향력과 현대적 가치
서머싯 몸은 생전에도 널리 읽히는 인기 작가였으며, 사후에도 여전히 꾸준한 독자를 보유한 작가로 남아 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20세기 초중반은 문학계에 수많은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작가들이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프란츠 카프카 같은 작가들이 새로운 서사기법과 인식론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던 시대였지만, 서머싯 몸은 그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실험적 기법이나 난해한 사상을 피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문학을 지향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당대 문단으로부터는 과소평가되기도 했지만, 일반 독자들로부터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이러한 ‘대중성 속의 정직함’은 오히려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머싯 몸은 문학을 ‘이야기’의 힘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독자에게 철학적 명제를 강요하기보다는, 한 인물의 삶이나 선택, 감정, 실수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독자 스스로 그 안에서 의미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복잡한 이론보다는 삶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을 중시했고, 인간의 감정과 욕망, 갈등을 솔직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친숙한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이에게는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선택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서머싯 몸이 보여준 인간 이해의 깊이는 그를 심리적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사람들의 모순적인 감정,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 욕망과 양심의 충돌 같은 내면의 복잡한 움직임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는 인물을 결코 단일한 성격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독자들이 그 인물의 결정과 변화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서사를 쌓아 나갔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인물은 나와 닮았다’거나 ‘이 상황은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기 인생을 투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의 문학이 현대에 이르러 다시금 재조명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외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내적으로는 더욱 복잡해지고 고립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인간관계는 얕아지고, 감정은 빠르게 소비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내거나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시머싯 몸의 작품은 우리에게 진솔한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는 인간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점을 묵직하게 되짚어 줍니다.
또한, 서머싯 몸은 자신만의 윤리의식을 문학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도덕적인 당위나 이상을 앞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도덕조차도 인간의 욕망 앞에서는 쉽게 뒤틀릴 수 있다는 현실을 솔직하게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은 결국 자신의 선택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늘 옳고 그름의 경계에서 고민하며,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게 됩니다.
서머싯 몸은 그런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게 만들며,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합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삶을 탐구하는 하나의 철학’으로 읽힙니다.
문학뿐 아니라 그는 문화적, 예술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의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연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달과 6펜스'는 1942년과 1959년에 영화로 제작되었고, '인간의 굴레' 역시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어 다양한 세대의 독자 및 시청자들과 만났습니다.
그는 작가로서 시대의 경계를 넘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학의 외연을 확장한 인물입니다.
지금도 그의 문장은 영문학 수업의 대표 텍스트로 사용되며, 인간 심리 분석의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머싯 몸은 문학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문화 전반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작가입니다.
한편, 그의 작품이 현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단순함 속의 진실’에 있습니다.
그는 글을 과시적으로 쓰지 않았고, 화려한 수식어 대신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의 내면에 스며들었습니다.
지금 시대는 넘치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진심을 찾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시머싯 몸의 문학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누군가 조용히 옆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그의 글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지닌 본래의 가치이며, 서머싯 몸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작가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머싯 몸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던 작가였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로부터 삶의 진실을 발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런 수많은 만남과 관찰, 경험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며, 그렇기에 그 안에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수많은 삶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서
머싯 몸, 삶을 꿰뚫은 문장의 힘
서머싯 몸은 인간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글을 남긴 작가였습니다.
그는 특별한 철학자도 아니었고, 실험적인 문학 형식을 앞세우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며, 조용하지만 확고한 울림을 전달해왔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그의 문장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그가 쓰는 글 속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그리고 삶의 모순과 진실이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삶이란 본디 완벽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믿었습니다.
'인간의 굴레'의 필립이 그렇게 했고,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밀고 나갔습니다.
이 인물들은 모두 몸이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들이지만,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미워하며 방황하고 후회하는 이유,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 속에서도 삶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결국 우리 역시 필립이고 스트릭랜드이며, 서머싯 몸 자신이기도 한 것입니다.
서머싯 몸의 문장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며 조용히 속삭입니다. 삶은 언제나 복잡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의 글은 우리를 조금 더 솔직하게, 느긋하게 만들어주며, 결국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문학을 통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